앞서 말했듯 우리 부부는 약 10년가량의 연애를 끝으로 결혼을 했다.
10년간 연애하면서 사랑싸움... 정말 많이했다.
누구나처럼
질투도하고...
연락 잘 안한다고 싸우기도 하고...
싸우는 이유는 대부분 사랑해서였던것 같다.
더 사랑해달라고...
그렇게 10년 후
결혼.
달콤한 신혼이 시작되었지만
연애와 또다른 결혼 생활은
부부싸움의 내용부터 달랐다.
10년을 연애했어도
같이 살아가는 것은 정말 달랐다.
막연히 상상했던 결혼생활은
사랑하는 사람과 매일 같이 잠들고
아침에 사랑하는 사람 얼굴을 보며 눈뜨고...
얼마나 좋을까 했지만...
맞벌이였던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뭘 먹을까?
퇴근하고 저녁엔 뭘 먹을까?
요리는 누가할까?
설거지는 누가할까?
청소는 누가할까?
빨래는 누가하지?
이런 사소한 것부터...
생리전 증후군(월경전 증후군)이 심했던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그 날이 다가올수록 짜증을 많이 냈다.
한 달에 한 번씩 매 번 짜증을 내니
남편도 성질을 받아주다 받아주다 같이 짜증을 내고...
그렇게 싸우게 되고...
정말 장난 아니었다...
처음엔 둘 다 직장을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같이 하자고 했지만...
정확한 계획 없이 하는 집안일은
아무래도 여자인 내가 좀 더 맡아서
하게되는 거 같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난 청소를 잘 못한다..
정리를 잘 못한다...
그리고 요리도 잘 못한다..
사실 미각이 예민하지 않아 음식 맛의 감별을 잘 못한다...
왠만하면 다 잘먹는다..
그런데....
신랑은 굉장한 미식가다..
거기다 간혹 가리는 음식도 있다...
10년을 사귀었지만
아직도 모르는 신랑이 싫어하는 음식들이 있었다..
우리 둘은 정말 사랑했지만,
이렇게 살아가면서 잘 맞지 않고 부딪히는 부분들도 많았다.
그래서
내가 요리를 하면...
간이 항상 싱거웠는지....
나의 요리를 그렇게 맛있게 먹어주지 않았다.
나는 그게 매 번 서운했고,
그러다 보니 요리에 점점 흥미를 잃게 되었다.
예전에 어떤 유명한 방송인이
자신의 아내가 요리를 정말 못하는데,
항상 먹을 때마다 맛있다고 칭찬을 했다고 한다.
아내가 스스로 요리를 못하고 맛없다는 것을 아는데도
남편의 그런 칭찬에 힘입어 더더 노력하여 지금은
정말 요리를 잘하게 되었다고 했다.
나도 그걸 기대했었는데...
내 요리는 정말 맛이 없었나 보더라...
나도 일하는 입장에
내 요리도 매 번 맛없어 하는 신랑 얼굴을 보면서
정말 많이 싸운 것 같다.
그렇게 2년 꼬박 서로 스트레스 받으며 지냈고,
요리와 설거지에대한 결론이 잘 서지 않아
자연스럽게 외식을 자주했던것 같다.
그리고 2년 후 새 집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이전 글 참고.)
삶의 질을 좀 더 높이기 위해
우리 부부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다.
블로그에는 홍보가 될 수도 있기에
직업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사 온 집에서 우리 부부는 재택근무를 하게되었다.
그렇게 일을 하면서 서로 느끼게 된 사실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여자인 나는 집안일보다는
돈 버는 일에 더 열정적이었고, 욕심도 많아
어떻게 보면 수입도 꽤 괜찮고,
늘 창의적인 일을 생각해내느라
이것저것 창업을 한다며 일을 벌여놓는
악착같은 한국인 스타일이었고,
남편은
늘 느긋했고..
맛있는 것만 먹으면 행복해 하고,
덥지만 않으면 짜증도 내지 않고,
욕심도 없는...
여유로운 삶을 지향하는 서양스타일 같았다.
남자들이 단순하다던데...
진짜 내 남편을 보니 정말 단순해 보였다.
나처럼 삶에 고민이 많은 것도 아니고..
어찌보면 참 다른 우리 두사람이라서
그동안은 많이 싸웠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로를 이해하기로 했다.
나는 일 하는 것을 좋아하고,
삶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즐기고,
돈 버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남편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해 한다는 것.
그래서 우리 둘은 몇 년간
가사 분담 문제로 싸우다 싸우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남편 : "도대체 니가 원하는게 뭐야?
왜 맨날 나한테 짜증만 내?"
나 : "설거지 하기 싫어. 밥하기 싫어.
난 이거 두 개만 안하면 다 할 수 있어.
돈도 내가 벌어도 되."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면서 큰 소리 쳤습니다...)
남편 : "알겠어. 그럼 설거지랑 요리. 내가 다 할께."
싸움 끝.
그 후 남편은 요리를 시작하였고...
(남편도 요리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다보니 투정부리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음식이 조금 맛없게 요리되어도 남편이 직접 만든거라 잘 먹게 되었다..)
나는 설거지와 요리에서 해방되었다.
나의 맛없는 요리를 먹는 남편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니 좋았고,
맛없는 음식을 해주는 미안함도 사라지게 되었다.
행복했다.
대신 함께 재택하는 남편에게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라는 강요를 절대 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 둘의 수입이 적더라도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각자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가사분담을 하게 된것이다.
그 후 2년....
이제 가사 분담이 어느정도 정착 되었다.
지금 남편은 요리를 굉장히 잘한다.
미각이 없는 나이기도 하지만,
처음 남편이 요리할 때 맛없는 음식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난 정말정말 맛있게 먹었다.
오히려 미식가인 남편은 스스로의 요리가 만족스럽지 않아
더더욱 노력했던거 같다.
밥을 먹으면서 찡그렸던 얼굴이....
지금은 음악을 들으며,
너무 맛있어를 외치며,
삼시세끼 행복하게 먹고 있다.
나는 청소와 빨래를 한다.
엄밀히 따지면
청소는 청소기가 하고,
빨래는 세탁기가 한다.
남편들이 좋아한다는 청소기 다이슨.
나는 다이슨으로 청소할 때 행복하다.
한 번 충전에 딱 20분간 청소가 가능한데...
난 20분만 청소하면 되니
더 많은 시간 청소할 필요가 없다.
빨래는 수건과 속옷정도가 대부분이라 이것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면 충분하다.
삼시세끼를 집에서 먹다보니
외식비가 줄어 생활비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수익이 많지는 않지만..
생활비가 많이 줄다 보니..
생활하는데 많이 힘들지는 않다.
대신 나는 내가 좋아하는 창의적인 일을 마음껏 펼쳐가고
그것을 남편이 오로지 지지해주며,
남편은 매일매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에 행복해하고,
아내인 내가 너무나 감사하게 남편의 요리를 먹는 모습을 보며 뿌듯해 한다.
현재 임신중인 나를 위해 요리를 더더 신경쓰고 있다.
그리고 남편에게 돈 많이 벌라며,
바가지 긁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요리와 설거지를 해 본 나로써
돈 버는 일보다 삶을 위해 집안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기에...
그래서 우리는 지금 정말 행복하다.
10년이라는 연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 후
서로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그 성향을 서로 존중해주고 이해해주고 나니
이제 거의 싸울일이 없다.
생리전 증후군(월경전 증후군)도 신기하게 사라진듯 하다.
지금은 임신 중인데
남편이 맛있는 음식을 잘해줘서 그런지....
아니면 서로 싸울일이 없어서 그런지....
임신 중기가 된 지금까지
입덧 한 번 없고, 배통증 한 번 없다.
맞벌이 부부의 가사 분담. 집안일 나누기는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가사 분담은 남자. 여자. 성역할로 구분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각자의 성향에 따라 분담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것 같다.
요즘은 스타쉐프들만 봐도
남자쉐프들이 많은 것 처럼
요리가 꼭 여성의 고정적인 역할이 아니고,
남자들이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이며,
여성CEO가 많은 것을 보면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어쩌면 남자들만큼 존중받을만큼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 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늘은 정말 맛있는 남편표 미역국과 감자전으로 하루를 마무리 했다.
먹으면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나는 정말 복 받은 여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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